요 며칠 미르가 하도 발을 핥아서 봤더니 빨갛게 부어 있었다. 너무 심하게 핥다 보니 발이 축축할 정도였는데 그게 습진 때문이었나 보다. 급한 대로 작년에 병원에서 받아왔던 소독약으로 응급처치를 했다. 그런데 너무 오래된 거라서 효과가 없었을 것 같기도 하고 양도 너무 적게 남아서 처방받았던 병원에 전화했다. 병원에서는 헥시딘을 희석해서 쓴다고 해서 당장 집 근처 약국으로 갔다.
알파헥시딘5% 6,000원/멸균증류수 1,500원/탈지면 1,000원/약병 개당 300원
모든 물품은 약국에서 한 번에 구입할 수 있어서 편하긴 한데 꼭 알파헥시딘 5%로 사야 한다. 동네 약국에서는 둘 다 같은 거라고 해서 얼떨결에 헥사메딘으로 샀는데 같은 계열이지만 둘은 희석 농도가 다르다. 헥사메딘은 0.1%라서 너무 약해서 강아지 소독용으로는 효과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약국마다 알파헥시딘을 구비해놓은 것은 아니라서 전화로 재고를 물어보고 가는 게 좋다. 우리도 동네 약국에서 헥사메딘은 환불했지만 알파헥시딘이 없어서 홈플러스 약국에 전화했다. 헥시딘 있냐고 물어보니까 '헥사메딘이요?'라고 바로 되물어온다. 아무래도 사람용으로 헥사메딘을 많이 쓰다보니 헷갈리는 것 같다. 전화 상으로는 1병만 있다고 했다가 다음날 가보니 더 있다고 해서 2병 쟁였다.
헥사메딘 액 대신 알파헥시딘 5%
헥사메딘 액(클로르헥시딘 0.1%)은 구강 살균소독제로 많이 쓰인다. 대부분 사랑니 뽑고 나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구내염에 효과적이라고 하는데 이번에 소독약에 대해 찾아보다 처음 알게 됐다.
알파헥시딘 5%은 클로르헥시딘 5%가 포함되어 있어 용도에 맞게 희석해서 사용하면 된다. 피부병 예방이나 진균 치료까지 동물병원에서 소독약으로 쓰는 게 알파헥시딘이다.
증류수 같은 경우에는 정제수와 같다고 해서 샀다. 지금까지 정제수만 써봐서 증류수도 써도 되는지 몰랐는데 정제수보다 아주 약간 비싸다.
정제수? 증류수?
정제수는 물에 함유된 각종 유기물과 무기물 등 불순물을 제거한 순수한 물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화장품에 포함되는 성분이고 우리 같은 경우에도 알로에 스킨이나 레몬 스킨 만들 때 유용하게 썼었다.
증류수는 물을 가열해서 발생한 수증기를 냉각시켜 정제한 물이다. 정제수와 달리 각종 주사액이나 안약에도 사용된다고 한다. 어쨌든 둘 다 순수한 물이고 용도가 다른데 우리가 만들 소독약에는 뭘 써도 무방한 것 같다.
이제 만들어보자! 처음 만들다보니 다 흘렸다. 탁자 소독이 제대로 됐을 듯. ㅠㅠ
약병이 100ml 라서 희석 용량 계산하기는 쉬웠다.
세균 감염, 링웜에는 헥시딘 4 : 증류수(정제수) 6,
피부병 예방용으로는 헥시딘 2 : 증류수(정제수) 8,
턱드름은 헥시딘 1 : 증류수(정제수) 9로 희석하면 된다.
유통기한은 여러 말이 있긴 한데 증류수(정제수)는 아무래도 방부제가 없다 보니 3일 안에 못 쓰면 폐기하고 알파헥시딘은 6개월까지 사용 가능한데 그 전에 빨리 써야겠다. 희석액도 6개월 안에 사용해야 한다.
미르는 습진 때문에 바르는 거라서 헥시딘과 증류수(정제수)를 4:6 비율로 만들고 턱드름용도 따로 만들었다.
소독약을 탈지면에 충분히 묻혀주고 필요한 부위에 스며들게끔 살짝 눌러준다.
소독이 끝나자마자 미르가 꼬리 말고 베개로 도망갔다. 소독이나 미용을 하려고 준비만 해도 기가 막히게 알고 엄마한테 도망가 있기도 하고... 매번 실랑이 끝에 또 우리만 자기한테 나쁜 짓 하는 악당이 된다. ㅠㅠ
주의) 강아지 턱드름 사진. 살짝 징그러울 수 있어요.
미르는 밥을 먹고 나면 턱 밑에 엄청 묻어있어서 항상 물로 씻어주는데 아무래도 잘 안 씻기는지 이번에 턱에 있는 털을 싹 밀고 보니 여드름이 엄청 나있었다. 이번에 만든 소독약으로 자주 소독을 해줘야겠다.
요즘 다니는 병원은 수의사 선생님이 항상 과잉진료보다 대증요법을 권하시는 편이다. 저번에 생긴 혹도 당연히 대뜸 이런저런 검사하고 수술하자고 할 줄 알았는데 지켜보자고 하셔서 긴가민가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자주 마사지해줬더니 가라앉아서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동안은 애들 몸에 문제가 생기면 병원으로 바로 달려가기 일쑤였는데 이번엔 집에서 열심히 소독하면서 경과를 지켜보다가 가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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